Strata&Pla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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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8.10.05-11.28페이지 정보
Place. 021갤러리본문
Strata & plants
-임선이, 유정현 2인전-
전시제목 ‘Strata & plants’ 은 세잔의 물음에서 시작되었다.
“이것이 내가 보는 것인가?”
‘본다’는 지각 행위에 대한 물음은 풍경과 세계에 대한 의문의 시선이다.
우리가 풍경을 바라보는 시선은 인간을 주체로 풍경을 대상화하고 소유하는 시선이 아닐까?
이번 전시에서 임선이, 유정현작가는 도시의 산과 식물을 모티브로 ‘본다’는 지각행위에 대한 의문을 사진과 회화로 선보인다.
사진과 회화라는 매체는 다르지만 두 작가의 작업을 관통하는 중심은 열린 시선이다. 산과 식물을 재현하는 게 아니다. 눈으로 보이지 않지만 차이의 반복으로 주름지는 층과 겹의 과정을 보는 시선이다. 그 시선은 풍경을 대상화하고 소유하는 시선이 아니라 불안정하고 명확하지 않은 모호한 시선이다. 두 작가가 제시하는 모호한 시선의 풍경은 관람자에게 스스로 보고 소통을 하게 만든다.
임선이 작가의 사진작업은 서울의 대표적인 인왕산과 남산을 모티브로 하지만 산의 풍경이 아니다. 계량화된 지형도를 오려내고 쌓는 과정을 거쳐 만든 설치물과 인공조명을 이용하여 찍은 사진을 확대하여 프린트한 이미지다.
<Trifocal Sight 1> <記述하는 풍경>은 인왕산의 지형도 수천 장을 등고선을 따라 오려낸 후 층층이 쌓아 올려 거대한 협곡 같은 움푹 파인 인왕산 모형을 만든다. 작가는 음형의 인왕산 모형을 카메라로 근경, 중경, 원경으로 동시에 담아낸다. 여기에 인공적인 조명을 사용하여 깊은 협곡의 형태를 극대화 시킨다. 이렇게 작가의 지난한 새김의 손은 우리에게 묻는다.
“이것이 내가 보는 것인가?”
<극점> 시리즈는 남산의 지형도를 오리고 쌓아 올려 남산의 모형을 만들고, 안개장치를 통해 구름이나 안개처럼 연출하여 여러 각도에서 촬영한다. <극점> 시리즈에는 산과 함께 도시의 풍경이 함께 드러난다. 작가는 보이지 않는 지층과 보이는 도시 풍경에 시간성을 부여해 고요하지만 불안하고 흔들리는 시선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유정현 작가는 아크릴릭을 사용한다. 먹을 연상하는 검은 아크릴릭은 캔버스에 스며들어 빠르게 건조하며 형상을 만들어 간다. 작가는 스며든 형상이 마르기 전에 형상을 지워내며 흔적을 남긴다. 물감을 덧칠하여 형상을 완성하는 방식과 반대이다.
<도시의 식물>은 식물을 모티브로 하지만 모호하다. 꽃의 검은 그림자를 연상시킨다. 작가는 ‘작업 노트’에서 자신의 회화 주제는 신체와 식물의 형상을 통한 脫再現이며, 작가에게 脫再現은 보이지 않는 감각의 힘을 가시화 하려는 시도라고 밝혔다. 식물을 대상화 하지 않고 식물이 주체가 된다. 주체가 되는 식물은 동일한 겹이 아니다. 차이의 겹이다. 이 겹은 확실성을 가질 수 없고 명확한 기준도 없는 모호함이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반복, 발산, 흔적의 세 가지 표현방식(작업 노트)으로 우리의 시각에 소유되지 않는 식물 본질의 힘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