궤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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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2.10.18-12.27페이지 정보
Place. 021gallery본문
< 궤적... >
“시간이 우리에게 무엇을 기대했는가?”, “우리가
시간에 무엇을 기대했는가?”하는 질문에 류재하, 박선기, 최상흠이 작업으로 답한다. 빛, 공간을
시간으로 순환시키는 중진작가 3명의 궤적을 따라간다.
류재하 작가는 회화적 영상과 디지털 영상 이미지로 장르의 패러다임을 탈피하는 미디어 아티스트이다.
그는 예술과 기술이 일으키는 파동, 그 너머를 구현하며 아날로그와 디지털, 정적인 것과 동적인 것, 서양과 동양, 과거와 현재가 얽혀있는 혼성적인 오브제로 중심 없는 혼성이 부유하는 현대 사회의 궤적을 보여준다. 회화적 영상과 미디어 디스플레이 설치미술을 선보여온 작가는 동시대의 아름다움에 관한 인간의 원초적인 감성과 욕망을 탐구하고 이를 전승된 미와의 관계 속에서 영상으로 재구성한다. 그리고 LED디스플레이를 소재로 ‘미디어 조각media-sculpture’개념을 구축하여 동시대 미술 지평을 확장하였다. 또한 ‘허공영상’을 통해 무한공간으로 확장된 영상 공간을 구현하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생태를 바탕으로 친환경적인 삶의 공간과 예술공간의 결합을 추구하는 ‘허공영상’은 실제 공간에 환상의 이미지를 띄워 한 공간에 공존하면서 나타나는 새로운 풍경과 상상을 유도한다. ‘허공영상’은 물질적인 현실 공간이 비물질적인 가상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동시적 변화를 하면서 혼종화(Hybridizierung)되어간다.
이번 <궤적...>에서 선보이는 ‘얼굴’ 연작은 시간의 궤적을 느낄 수 있는 가마 솥뚜껑에 현대 문명의 상징인 모니터를 결합하고 얼굴 영상을 띄운 작업이다. 오브제와 영상 이미지, 시간과 공간의 혼재는 전승과 동시대성을 획득하며 지금 우리 시대의 궤적들을 만날 수 있다.
-작가 노트 중에서-
박선기 작가는 공간을 해석해 회화적이며 은유적인 작업으로 동서양의 경계를 넘나드는 설치미술가이자 조각가이다.
그는 경험적 물성을 선험적 물성으로 해체하고 변주해 관객에게 공간을 맥락화, 탈맥락화, 재맥락화하는 경험을 선사한다. 숯을 공간에 매달아 그 장소에 특정한 의미를 부여하는 작가의 작업은 과거와 현재, 실재와 허상, 가변성과 영속성, 동양과 서양 등의 경계를 넘나든다. 연약한 숯을 사용하여 견고한 형태를 구축하고자 하는 그의 작업에서 숯만큼이나 중요한 나일론 줄은 단지 숯을 매달고 지탱하는 지지대의 기능을 넘어 검은 숯덩어리와 조응하여 공간을 활성화 시키는 요소가 된다. 나일론 실은 하나일 때 투명하지만 여러 개가 모일 경우, 공간을 활성화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다. 불에 탄 잔흔인 숯은 그 자체로도 실재이면서도 동시에 그 원형이었던 나무의 부산물이다. 또한 그가 공간에 설치해 놓은 사각이나 원의 기하학적 형태나 기둥과 같은 것은, 실재이면서 동시에 허상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An aggregation’을 비롯한 숯 설치 작업과 함께 작가의 드로잉 작품들을 선보인다.
“나에게 있어서 숯은 표면 가장 깊은 것으로부터 숨겨진, 그리고
지질학상으로 혹은 자연적인 연소로부터 나무가 타서 남은 그러한 자연의 한 장을 제시하고 있다. 결국엔
나의 존재 조건 속의 재료이며 제시된 형태에 부합되는 파생 효과는 이 재료에서 시작된다. 결국 숯은
건축물의 한 형태의 벽돌과도 같은 것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작업에 표출 되어지는 것은 시각적으로 단순하고 가벼운 재료로 전이되고 있다는 점이며
또한 나에게 매단다는 시적인 표현은 고유한 환경과 건축 그리고 진정한 하나의 저지할 수 없는 조각의 가벼움을 관통하는 것이다.”
-작가 노트 중에서
최상흠 작가의 작품은 전통적인 ‘회화’와 결을 달리한다. 그의 작품은 “멀티-레이어드 레진 몰탈 캐스팅”으로 작가는 직접 제작한 틀에 자신이 조색한 물감을 부어 작품을 만든다.
그의 작업은 레진 몰탈에 경화제 그리고 아크릴물감이 두루 혼합된 건축적 질료로 ‘그리지 않고 그리는’ 붓기와 마르기, 기다리기를 반복한다. 최상흠 작가의 파사드에 드러나는 높은 표면 반사율과 색의 밀도는 이러한 재료들의 물성에 기인한다. 캔버스를 바닥에 뉘어 조심스럽게 물감을 부어가는 작업 방식 또한 물성을 거스르지 않으려는 그의 태도이다. 수 없이 반복되는 물감 붓기와 기다림의 연속으로 작업은 이어지고, 레이어와 레이어 사이의 그 미묘한 호흡은 매체의 물리적 상태와 환경에 의해 결정된다. 작가 또한 이러한 비논리적인 방식에 순응하며 반복적인 행위를 거부하지 않는다. 이러하여, 그의 화면은 레이어들의 집요한 중첩상태에 이르며, 깊이감 있는 색감과 거울 같은 표면의 근원이 된다. 이에, 수행자와 같은 고행의 결과물인 그의 색은 역설적으로 무거우며, 거의 시간은 고뇌에 가깝다.
실체하는 자연의 빛과 그 존재를 색으로 현상하는 공간으로써 그의 작품은, 빛이 단층화 된 시간의 부피이다.
“수십 번 물감 붓기를 하는 과정에서 멈춰야 할 때를 선택한다. 그 순간은 논리적이 아닌 그때그때 중첩의 밀도를 보면서 결정한다. 행위를 반복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삶은 매일의 반복된 지속이며 그 연속성은 규칙적 질서로 의미화가 가능하다. 규율, 규칙은 혼란스러운 실존을 개념화하는 작업이며 의미없는 것을 생기 있게 한다. 이런 이유에서 미술에 이 프로세스를 설정한다.”
-작가 노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