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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승언 개인전 – 물질의 도면: 뉴스를 듣고 시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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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ate. 2024.04.23 - 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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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lace. 021gall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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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21갤러리는 차승언 작가의 <물질의 도면 : 뉴스를 듣고 시를 만들었다.>전을 4 23일부터 619일까지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021갤러리에서 개최한 차승언 작가의 <wall hangings(2019)>에 이은 두 번째 개인전이다.

     

    차승언작가는 지난 15년 동안 20세기 미술 현장의 유산을 돌아보고 베틀로 짠 캔버스를 제작하며 과거와 현재, 물질과 환영, 전통공예와 현대미술 사이의 미세한 틈을 포착하고 재구성해왔다. 최근에는 직조와 캔버스 마운팅이라는 물화 과정과 함께 코딩 드래프트를 통한 직조 산업의 제작 과정을 환기하고, 테크놀로지 매체 활용이 동시대 요청과 제도적 상황을 드러내는 비가시적 개념화 과정에 집중하고 있다. 작가는 미국 Joseph Albers and Anni Albers Foundation의 추상 회화와 직조 연구 레지던시에 초청받았으며 홍콩 Center for Heritage Arts and Textile <Spinning East Asia Series> 전시에 참여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서울공예박물관 등 유수의 기관에서 열린 단체전에 참여했다. 최근에는 ‘VOGUE LEADERS: 2024 WOMAN NOW’ 캠페인 전시 <영원한 루머>에 참여했다.

    차승언작가의 작품은 언뜻 보면 평면회화처럼 보인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전적으로 손으로 짠 직물로 구성되어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오랜 노동을 거쳐 씨실과 날실이 정교하게 직조된 결과물은 즉물적 사물로 캔버스를 대면하게 할 뿐 아니라 추상미술에 질문을 던진다. 작가가 꾸준히 선보였던 직조회화(Twill stain) 시리즈는 추상회화에서 뿌리기, 그리기, 칠하기, 번짐 등 얼룩이 가지고 있는 즉흥성과 신화를 참조해 염색으로 얼룩을 만들고, 태피스트리 기법으로 직조하며 회화의 환영을 만들어 낸다. 이러한 작업은 섬유의 본질에 직조와 회화의 대칭적 결합으로 과거와 현재 시점을 이끄는 가교적 역할을 한다.

     

    이번 개인전 <물질의 도면 : 뉴스를 듣고 시를 만들었다.>는 섬유의 본질인 물질세계에 집중하며 섬유가 직조되기 전의 설계도(Weaving draft)가 실이라는 물질과 직조라는 방법이 만나 물질화되는 상황의 탐색이다. 작가의 설계도는 인간 삶의 근원이나 목적에 관한 여러 가지 신비주의적 경험과 의문을 깊이 파고들어, 보편적 진리의 본질을 인식해 내는 중첩의 과정이다. 또한 물질과 작업을 만드는 방법, 정신과 마음이 모여있는 도면이다. 도면과 물질의 관계는 삶을 살아내는 방법이 되며 시간을 거친 텍스트는 현실이 된다. 또한, 작가의 작업은 예술작품을 넘어 잊혀진 뉴스를 되살리고 삶의 진정한 의미를 되돌아보는 여정이다. 작가의 직조는 기술이 아닌 섬세한 창조적 장인정신이 담긴 예술혼이며, 여성과 노동, 과거와 현재의 미술사에서 소외되어온 조용한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밝은 빛 아래 드러나는 명확한 이미지뿐만 아니라 그림자 속 숨겨진 이야기들의 발화이다. 또한 작가의 직조는 컴퓨터 프로그래밍에서 기본적인 단위인 0 1이 조합처럼 작동하며 다양한 패턴을 만들어낸다. 알렉산더 갤러웨이는직조는 언제나 디지털 예술이었다.”라고 말했다. 이는 차승언작가의 예술적 관점과 깊이 공명하며 Weaving draft는 단순한 설계도를 넘어 작가의 예술 창작의 지침 역할을 한다. 또한 Weaving draft는 실에서 천으로, 천에서 이미지로 변화하는 과정이 직조가 짜는 작가의 자화상과 같다.

     

     

    :뉴스를 듣고 시를 만들었다

    “내가 들은 뉴스는 지금처럼 뉴스가 넘쳐나는 때로부터 온 소식이 아니었다. 스마트론으로 읽는 소식은 그 뉴스의 경중에 관계없이 모든 소식이 납작해진다. 이 소식은 수 천년 전에 식물을 가로 한 겹 세로 한 겹으로 놓고 만들 물질, 파피루스에 구하기 어려운 붓과 잉크로 써서 전해진 뉴스이다. 그리고 그 소식은 지금까지 이어져 나는 스마트폰으로 그 뉴스를 읽는다.

    수천 년 전 뉴스가 지금도 뉴스인 이유는 개인이 마주해야 하는 자유와 해방의 소식이기 때문이다. 좀 가까운 예로 들자면 80년 전 일제 식민지 치하에 있다가 해방이 되었다는 뉴스를 듣게 되는 것과 비슷할 것 같다. 해방의 소식은 나이, 성별, 사회적 상황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여 질것이다. 내가 처음 그 뉴스를 들었을 때는 8살이었고, 이후 지금까지 40년 동안 이 해방의 뉴스는 삶의 단계마다 새롭게 작동한다.

    이미 이루어진 사실인 진짜 뉴스는 스스로를 증명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선언한다, 선언은 삶과 만나 자연스럽게 증명되고, ‘실체가 된다. 수천 년 전 파피루스에 쓰여 전해진 뉴스가 오늘 내 삶에 살아 실체가 된 것을 나는 시(poetry)라고 부른다. 시는 형태를 만들거나 제공한다는 그리스어 포이에시스(poiesis)에서 파생된 말로 하이데거는 <기술에 대한 물음>에서 포이에시스를수공업적인 행위와 능력이라고 정의했다. 선언이 실체가 되는 것, 뉴스가 시가 되는 것은 Weaving Draft라는 알고리즘 드로잉, 공식, 도면, 설계도, 지도, 코드 등이 직물로 물질화되는 과정과 유사하다. 선언, 도면을 실체화시키는 과정이 이번 전시의 작품들이며 반대로 시를 풀어 뉴스를 유추하고, 직물을 풀어 설계도를 그려 보기도 했다. 코드로 이루어진 물질인 직물과 그것의 시작인 도면을 살피며 텍스트를 살아내는 방법, 선언이 시가 되기까지 삶에 체화되는 과정을 돌아보고자 한다.

    직물 생산 과정이 내재하고 있는 수공예와 자동화, 도면(Draft)과 창작물, 방법과 물질의 관계를 오가는 과정을 통해, 납작해진 뉴스가 수천 년 전 풀을 펴서 만든 파피루스로 손안에 되살아 나기를 바란다.”

                                                                            - 작가노트 중에서

     

    이번 차승언의 개인전 <물질의 도면: 뉴스를 듣고 시를 만들었다.>전에서는 작가가 베틀이라는 용광로에 앉아 시간과 정신의 깊이로 실을 엮어 드로잉 설계도를 물질화 시키는 쟈카드 기계 직조와 수작업들을 선보인다. 문장을 변환한 weaving draft를 그대로 옮겨 손으로 직조한 <Already done for me>, 고대의 문장과 문양을 코드로 변환한 설계도를 합성해 만든 기계직 <Late summer, twill damask><Resurrection and Life 12x3>, 일기처럼 하루를 돌아보며 단어나 문장을 정하고 텍스트를 직조 패턴으로 전환한 <Weaving Draft Drawing> 시리즈, 그리고 나무 프레임에 직조한 패브릭을 고정해 공중에 매단 <One thing-4,5>설치 작품 등을 선보인다.

    021갤러리는 이번 전시가 회화와 섬유의 틈을 메꾸며 독보적인 직조회화를 구축하는 작가의 작업과 021갤러리 공간의 만남이 직조와 회화의 결합을 통한 미술사가 우리의 이해와 연결되어 있는 방식을 탐구하는 미술사적 응답의 시간이 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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